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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화폐(CBDC)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의 가능성과 영향

by 해핀핀 2025. 8. 4.

디지털 화폐(CBDC)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의 가능성과 영향
디지털 화폐(CBDC)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의 가능성과 영향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돈을 쓰는 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현금을 지갑에 넣고 다니는 시대는 점점 저물고 있으며, 모바일 결제와 간편 송금은 이제 일상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화폐’의 정의 자체를 바꿀 새로운 시스템, 즉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화폐인 CBDC의 개념과 전 세계적인 도입 흐름, 한국은행의 시범 사업 현황에 대해 살펴보며, 실물화폐와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 소외될 수 있는 계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왜 필요해졌나


CBDC는 말 그대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화폐’를 뜻합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지폐나 동전과 마찬가지로, CBDC 역시 국가가 보증하는 공식적인 통화입니다. 다만 실물이 아닌 전자적인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실물화폐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흔히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와 혼동되기도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발행 주체와 안정성입니다. 암호화폐는 민간이 만들고 가치가 시장에서 결정되는 반면, CBDC는 중앙은행이 관리하기 때문에 가치가 안정적이며 기존 화폐와 1:1로 연동됩니다.

이러한 디지털화폐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몇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은 실물화폐에 비해 발행, 유통, 보관에 드는 비용이 훨씬 적다는 점입니다. 화폐를 인쇄하고 운반하고 회수하는 과정은 은행뿐 아니라 국가 전체에 상당한 비용 부담을 주는데, CBDC는 이 과정을 전자적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모든 거래가 디지털로 이뤄지기 때문에 자금의 흐름을 더 정확히 추적할 수 있어, 자금세탁 방지나 범죄 예방에도 효과적입니다. 한편으로는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페이먼트 시스템에 대한 공공성 회복 목적도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애플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중심의 결제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중앙은행이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CBDC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입니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들이 CBDC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 운영 중이고, 유럽연합은 ‘디지털 유로’의 법적 기초를 다듬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 바하마 등은 이미 정식 발행을 완료한 상태이고, 미국과 일본은 보다 신중한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역시 2021년부터 블록체인 기반의 CBDC 시범 사업을 진행하며, 실제 구현 가능성과 사회적 수용성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CBDC 실험과 기대되는 변화


한국은행은 2021년부터 디지털화폐 파일럿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1단계에서는 시스템 개발과 테스트를 통해 거래 처리의 안정성과 기술적 구현 가능성을 검증했고, 2단계에서는 실제 금융기관들과 연동해 다양한 환경에서의 활용 시나리오를 실험했습니다. 특히, 인터넷이 없는 환경에서도 결제할 수 있는 오프라인 기능이 주목을 받았으며, 향후 재난 상황이나 통신 장애 시에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민간 은행, 카드사, IT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현실성 있는 유통 방식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히 기술적 도전의 차원을 넘어, 국내 금융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합니다. 우선, 중개기관 없이 개인 간 직접적인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거래 비용이 줄고 속도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결제를 하려면 카드사나 은행이 중간에서 수수료를 부과했지만,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제공하는 네트워크에서 실시간으로 정산이 가능하므로 소비자와 소상공인 모두에게 유리한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정부는 필요 시 특정 집단에게 직접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재난지원금을 즉시 배포하는 등 공공정책 집행 효율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 예컨대 국민의 월소득을 일정 기준 이하로 설정하고 자동으로 생활비 지원을 하거나, 특정 용도에만 사용할 수 있는 조건부 화폐를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함께 존재합니다. 특히 모든 거래가 중앙은행 시스템에 기록되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논의가 중요해집니다. 정부나 금융기관이 소비자의 거래 내역을 지나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은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가 있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기존 금융기관의 역할이 축소되면, 민간 금융시장에서 일자리가 줄거나 경쟁 구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처럼 CBDC는 편리함과 효율성만큼이나 사회 시스템 전반에 걸친 균형 있는 접근이 요구되는 복합적인 주제입니다.

 

디지털화폐가 놓치면 안 될 부분, 포용성과 접근성


CBDC 도입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논점 중 하나는 바로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화폐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디지털 기술은 분명 효율적이지만, 모든 국민이 같은 수준의 접근성과 이해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고령층, 장애인, 농어촌 지역 거주자처럼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거나 접속 환경이 열악한 이들은 새로운 화폐 시스템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금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익숙한 사람에게 갑자기 앱을 설치하고, QR코드를 스캔하고, 인증 과정을 거치라고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접근 방안을 시도 중입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도 사용 가능한 카드형 CBDC를 개발하거나,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를 보급하는 방안, 통신이 닿지 않는 지역에서도 작동하는 오프라인 결제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 은행이나 편의점 같은 생활 밀착형 공간을 통해 충전과 사용이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처럼 기술이 전환을 이끌더라도,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을 배제하지 않도록 포용적 설계가 동반되어야만 CBDC의 진정한 성공이 가능할 것입니다.

더불어 정부는 단순히 화폐의 디지털화를 넘어, 국민의 금융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합니다. 디지털금융 교육을 확대하고, 고령자나 금융 소외 계층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디지털화폐는 편리하니까 써라’가 아니라, ‘누구나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결국 CBDC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제도입니다.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 디지털화폐는 진정한 화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